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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미돈


독일 해군 시련의 역사 -②- 크릭스마리네

 1933년, 히틀러의 나치당이 독일 권력을 장악하고 34년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서거하며 독일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제 3제국, 도이체스 라이히등 명칭이 있지만 지금은 그저 나치 독일이란 간단 명료한 명칭으로 축약할 수 있는 독일 역사상 최악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나치 독일 아래 라이치스 마리네는 전쟁해군(Kriegs marine)란 매우 공격적인 이름으로 개편됩니다. 나치 독일은 1935년 베르사유 조약을 무효라 주장하며 독일의 재군비를 선언합니다.

 1935년은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과 제 1차 런던 해군 군축조약의 실효가 종료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이 때 독일의 재군비 선언은 영국의 심기를 건들였고 이로 인해 런던에서 영국과 독일의 해군조약(Anglo-German Naval Agreement)을 맺게 됩니다. 이 조약의 체결로 독일은 이제 주력함과 U보트를 소유할 수 있으며 독일이 영국 함대의 총 배수량 35%까지 건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인해 독일은 합법적으로 프랑스, 이탈리아와 동일한 함대를 구성할 권리를 갖추게 되었고 영국과 독일의 단독협약으로 인해 프랑스는 영국에 큰 불만을 가지게 되며 영불 동맹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O급 순양전함 14.96인치 연장포를 3기 배치한 설계다>

 조약 후 나치독일은 제국시절 대양함대를 제건하기 위해 플랜Z(Plan Z)를 계획합니다. 계획은 전함 10척, 순양전함 3척, 항공모함 4척, 장갑함 15척, 중순양함 5척, 경순양함 13척, 구축함 68척, 어뢰정 90척 을 보유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계획에서부터 독일해군의 시대에 뒤쳐진 모습이 보이는데 이미 1차 대전에서 그 실효성을 의심받은 순양전함 3척 건조를 목표로 잡았고 P급 장갑함 또한 12척 건조라는 다소 터무니없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은 프랑스의 됭케르케급 전함이 30노트를 냈기에 건조하는 주력함의 속력도 30노트를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갑함과 순양전함을 만들 필요가 없었죠. 계획에서도 O급 순양전함은 35노트를 내기 위해 샤른호르스트급 전함보다 무거운 기준 배수량 35,000톤이면서 현측장갑은 190mm뿐이었고 P급 장갑함도 33노트에 23,700톤에 현측 120mm의 장갑을 설정했습니다.

<샤른호르스트급 전함 2번함 그나이제나우>

 나치 독일이 최초로 건조한 전함은 샤른호르스트(Scharnhorst)급입니다. 이 전함은 주포가 11인치라 드레드노트급에도 미치지못한 화력이라 영국에선 순양전함으로 분류했지만 독일에선 엄연히 전함으로 분류했습니다. 네임쉽 샤른호르스트와 자매함 그나이제나우(Gneisenau)가 1935년에 사이좋게 건조를 시작하며 36년에 진수를 거치지만 샤른호르스트는 건조 도중 사고등으로 완공은 그나이제나우가 샤른호르스트보다 1년 빠른 1938년에 취역하게 됩니다.

샤른호르스트는 기준배수량 32,100톤으로 조약형 전함보다 가벼운 전함이었습니다. 이 함급은 여러모로 특이했는데 주포로 사용하려던 14,96인치포의 개발이 늦어져 부득이하게 11인치 3연장 주포탑 3기를 사용했지만 도이칠란트급보다 구경장을 늘려 공격력을 증가시켰습니다. 부포는 15cm(5.9인치)포를 12문, 10.5cm(4.1인치)고각포를 14문 운용했습니다. 출력은 151,893마력으로 최대 31노트를 낼 수 있는 고속전함이었고 현측장갑도 350mm에 달해 상당한 방어력을 가졌지만 살펴보면 시대에 뒤쳐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장갑 보호구역도 일반전함과 다르게 함미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 있으며 갑판장갑은 1차대전 전함보다 못한 50mm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남들은 철폐한 전함의 어뢰 발사관을 장착했다는 점입니다. 이 함급에 장착된 어뢰발사관은 3연장 533mm 어뢰발사관인데 수중도 아니고 갑판 위에 그대로 올려져 있어서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건조당시 평평했던 함수와 건조 도중 늘어난 무게 덕에 능파성이 낮아 전방 주포에 파도가 치는 일이 많았기에 39년에 함수를 높게 올리는 공사를 합니다.



공사하면서 연돌과 사출기의 위치도 바꿉니다. 그나이제나우는 후부마스트와 사출기의 위치를 바꾸지 않은 덕에 샤른호르스트와 구분이 가능해집니다.

<어드미럴 히퍼급 중순양함 네임쉽 어드미럴 히퍼>

 어드미럴 히퍼(Admiral Hipper)급은 샤른호스트급 전함이 건조에 뒤어어 1935년 7월에 건조를 시작했습니다. 이 함급은 32노트의 최대속력과 6,800해리의 항속거리, 8인치 주포를 장비한 기준 배수량 1만톤급의 조약형 중순양함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장과 방어력의 취약성이 지적되어 대공무장의 증가와 어뢰발사관 장착, 주포탑과 탄약고의 방어력을 강화를 요구받았는데 이로인해 16,000톤의 거함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드미럴 히퍼급은 원래 3척을 계획했으나 소련의 신형 중순양함 건조로 인해 5척으로 계획을 늘립니다. 히퍼는 1935년 7월에 건조를 시작하여 37년에 진수를 거쳤고 39년 4월에 취역했습니다. 주포는 20.3cm(8인치) 2연장 함포 4기를 배치했는데 50, 55구경장을 쓰는 타국에 비해 60구경장 함포를 사용해 사거리와 파괴력이 더 높았습니다. 이 함포의 사거리는 33.5km로 당시 왠만한 구형전함의 사거리와 비슷했고 이로인해 비스마르크 추격전에서도 활약했습니다. 부포는 10.5cm(4.1인치) 연장포 6기였고 특이하게 중순양함이 라이히스마리네의 경순양함과 마찬가지의 배치로 3연장 53.3cm  어뢰발사관을 갑판 위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히퍼는 16,000톤이란 배수량에 맞지 않게 방어력에서 상당히 문제점을 보였는데 장갑 보호구역에서도 집중방어의 개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로인해 장갑의 두께도 측현장갑이 최대 80mm에 불과했습니다.

 히퍼의 자매함 중 3번함인 프린츠 오이겐(Prinz Eugen)이 기준 배수량 16,970 톤으로 가장 거대했는데 종전 후 영국의 카운티(County)급 중순양함 HMS 데본셔(Devonshire)와 찍힌 사진을 보면 체급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데본셔의 배수량은 영국답게 조약에 타이트하게 건조된 10,035톤 이었습니다.
 결국 히퍼급은 부족한 기술탓에 배수량 낭비가 턱없이 컷습니다. 히퍼급은 총 5척이 계획되었지만 어드미럴 히퍼, 블뤼허(Blücher), 프린츠 오이겐 3척만 완공되었고 나머지 2척은 진수공사까지 마쳤지만 완공되지는 못했습니다.

<비스마르크급 전함 네임쉽 비스마르크>

 비스마르크(Bismarck)급 전함은 1936년에 건조에 들어갔는데 이 함급부터 14.96인치포를 주포로 운용해 본격적인 전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전함은 짧고 굵은 생을 살았기에 전설이 되었지만 그만큼 거품도 많은 함급입니다. 앞서 샤른호르스트급과 히퍼급을 보더라도 나치 독일의 기술력은 타국에 비해 꽤 심각할 정도로 떨어져있었고 프랑스의 신형 됭케르크를 이은 리슐리외(Richelieu)급을 신경써야했기에 전함도 30노트 이상의 속력을 요구받았습니다.

 네임쉽 비스마르크는 1936년 7월에 건조를 시작해 39년 진수를 거쳐 40년에 취역했습니다. 이 함급은 구식설계에서 30노트 이상의 속력과 15인치 주포의 방어력을 달성하기 위해 무게가 증가해 기준 배수량 41,700톤의 거구가 되었습니다. 타국 조약형 전함이 16인치 주포 9문을 장착하거나 대 16인치 방어를 달성한 점을 비교하면 이 함급이 얼마나 거품이 많이 끼었는지 알 수 있죠. 주포의 구성도 여전히 연장포를 고집하는데 비스마르크 다음 함급인 H급에서도 여전히 연장포를 선택합니다. 타국의 신형전함은 3연장이나 4연장포를 채택한 것과 상당히 비교되죠. 
 비스마르크급 역시 38cm(15인치)포의 구경장을 늘려 파괴력을 증가시켰습니다. 주포탑은 2연장 4기로 배치했고 부포는 15cm(5.9인치)포 12문에 10.5cm(4.1인치) 고각포 16문을 달았습니다. 샤른호르스트급도 그렇지만 부포의 이원화 역시 당시 신형 전함에 비해 떨어지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어력에서도 측현장갑은 320mm로 오히려 샤른호르스급 보다 약화되었고 설계도 1차 대전의 전함구조를 그대로 가져왔기에 장거리 교전에서 약점을 보였습니다. 실전에선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국함대가 근거리로 붙었기 때문에 이 약점을 들키지 않았지만 상부구조물과 포탑의 방어력이 문제가 되어 순식간에 전투불능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2번함 티르피츠(Tirpitz)가 나치 독일이 완공한 최후의 전함이 되었습니다.

<진수식을 마치고 의장공사에 들어간 항공모함 그라프 체펠린>

 1936년 비스마르크급 전함의 공사가 시작된 후 5개월 후인 12월 나치 독일 최초의 항공모함 그라프 체펠린(Graf Zeppelin)의 건조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다른 수상함들과 다르게 항공모함은 나치 독일이 접해본 적 없는 전혀 다른 형식의 배였고 나치 독일의 기술으로는 이 배를 완공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라프 체펠린은 일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폐쇄형 항모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함수와 함미까지 덮은 영국식이 아니라  개방되어 있는 일본식 항모의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디자인은 함교와 연돌의 모양이 라이프치히급 경순양함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라프 체펠린의 기준 배수량은 33,550톤이었고 33.8노트의 속력과 함재기 42기를 수납할 계획이었습니다. 무장은 역시 15cm(5.9인치)포와 10.5cm(4.1인치)포를 혼용하는 문제가 보입니다. 어쨋든 1938년 진수식까지 마쳤으나 독일 내부 사정을 인해 건조는 중지되어 완공되지 못했습니다. 재밌는 건 후에 이탈리아가 뒤늦게 항공모함을 건조하려 할때 기술도움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아퀼라(Aquila)는 그라프 체펠린과 유사한 모습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대형함의 건조뿐만 아니라 함대의 일꾼인 구축함의 건조도 잊지 않아 1934년에서 1939년까지 'Zerstörer 1934'급 4척, 'Zerstörer 1934A급 12척, Zerstörer 1936급 6척, 총 구축함 22척을 취역시킵니다.

 독일 구축함은 대형함과 달리 타국의 구축함과 비슷한 성능을 냈습니다. 주포는 12.7cm(5인치) 단장포 5문에 53.3cm 4연장 어뢰발사관을 함 중앙에 배치했고 속력은 36노트를 냈습니다. 다만 항속거리가 2,000해리라 영국 구축함의 절반도 되지 못한 단점이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나치 독일은 1939년까지 5년 동안 꽤 무리해서 어느정도 대양함대를 재건하는데 성공하지만 대형함의 건조는 막대한 예산이 소모됐기에 당초 영-독 해군조약에서 할당받은 35%의 비율을 채우는데도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추축동맹인 이탈리아 해군이 가장 가까운 적인 프랑스 해군과 동률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었고 비대칭 전력인 U보트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은 나치 독일에게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손발이 잘려나갔던 시절에 비하면 다시금 숨통이 트인 시절이 크릭스마리네에게 잠깐 동안 다가온 것이었습니다.







<Hmm, Yes... Very interesting>


덧글

  • 곰돌군 2015/04/24 10:04 # 답글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20년간의 기술 단절에 해군에 돌아갈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어쨋든 실전에서 쓸만한 전함을 쭉쭉 뽑아낸걸 보면.. 역사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저것들이
    나중에 가선 뭘 만들어 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_-;
  • 미르미돈 2015/04/24 18:20 #

    1차 대전도 그렇지만 독일인들은 큰걸 좋아하는듯 합니다. 역사가 비틀어진다면 야마토를 넘어서는 거대한 '뭔가'가 턱하고 나타날거 같은 느낌이에요-_-..
  • 레이오트 2015/04/24 11:01 # 답글

    비스마르크와 프린츠 오이겐은 기술 단절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쳐도 그라프 체펠린은 괴링링 덕분에 제대로 말아먹었지요.
  • 미르미돈 2015/04/24 18:25 #

    체펠린도 그렇지만 영국도 신형항모와 함재기는 공군의 견제 받았습니다. 미국도 2차 대전후 신생공군과 해군 항공대가 박터지게 밥그릇 싸움 한걸 봐선 공군과 해군 항공대의 관계는 어느나라나 똑같은 느낌입니다(...)
  • Ladcin 2015/04/24 12:36 # 답글

    확실히 기술 단절이 무섭긴 하군요(...)
  • 미르미돈 2015/04/24 18:26 #

    대게 배수량이 크다=성능이 좋다란 공식인데 독일은 어쩔 수 없이 배수량이 커진거라 애석하죠. 역시 ap로 찰지게 쏴줘야(...)
  • 활발한 늑대개 2015/04/25 10:12 # 답글

    그리고 저 해군조약으로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에 처들어가고 결국 추축군이되는 나비효과가;;;;;;
  • 미르미돈 2015/04/25 12:28 #

    영국으로선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던거죠.
  • 무지개빛 미카 2015/04/29 11:36 # 답글

    쭉 읽어보니 이렇게 되면 만약 나치독일이 비씨 프랑스의 군함을 무사히 꿀꺽~ 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심히 궁금해지는군요. 모자란 배 숫자를 프랑스제로 채운다라....

    그리고 마지막 사진... 영국 마피아 두목님께서 저러고 있으니 딱 "온다는 배는 왜 안오지? 물건은 언제 보는거야?"라는 느낌이군요
  • 미르미돈 2015/04/29 21:12 #

    프랑스의 구식전함은 논외로 치더라도 신형 순양함과 30노트가 나오는 신형전함들을 접수하고 통상파괴작전을 했다면 영국 입장에선 엄청 위협적이었을겁니다. 그래서 프랑스 항복후 바로 캐터펄트 작전이 시작된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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