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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미돈


미해군의 격자형 마스트

<그리스에 매각되었던 미시시피급 전함 '킬키스'>

 격자형 마스트(Lattice mast)는 한동안 미국에서 사용했던 군함의 마스트 양식입니다. 대략 군함에 송전탑 2개를 세워놓은듯한 꽤나 독특하면서 인상적인 구조물이죠.



<전드레드노트급 전함 USS 미시시피>

 드레드노트급인 사우스 캐롤라이나급 이전까지 미국의 군함 디자인은 타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당시 군함들은 전 세계적으로 개성이 별로 없었던 시기였죠. 군함의 개성이 넘치기 시작했던 때는 상부구조물의 크기가 거대해질만큼 거대해진 1930년대 이후부터 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초 미국은 미시시피 이후 드레드노트급을 건조하면서 새롭게 격자형 마스트를 도입하게 됨으로 타국에 비해 굉장한 개성을 얻게 됩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급 전함 USS 미시간>

뭐... 좋기만 한건 아니었지만요. 어쨋든, 격자형 마스트의 도입 이유는 주포를 통일함으로 사거리가 증가한 드레드노트급 전함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탄착군을 보기 위해 높은 전망대가 필요했던거죠. 도입당시 마스트의 관측소를 보면

굉장히 위험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관측하는 인원도 오르내리는 사람도 외부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죠.

<개장한 전 드레드노트급 BB-4 USS 아이오와>

물론 미해군도 위험성을 느끼긴했는지 관측소는 점점 단단해지고 거대해집니다. 최종적으로 USS 콜로라도 처럼 거대한 관측소가 마스트 위에 올려지게 됩니다.


 재밌게도, 이 독특한 구조물은 블라디미르 슈코프(Vladimir Shukhov)라는 러시아의 건축 공학자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슈코프는 격자형 마스트 같이 철근을 교차시킨 구조물(Hyperboloid structure)들을 많이 건축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에 관심이 있다면 그의 위키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1910년, 전함 USS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취역하고 미해군은 격자형 마스트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구식인 전 드레드노트급 전함들의 마스트를 격자형 마스트로 바꿉니다. 또한 새로 건조한 신형 전함들도 모두 격자형 마스트를 세웠습니다.

 1918년 1월, 심한 폭풍으로 USS 미시간의 격자형 마스트가 휘어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소금기를 잔뜩 먹은 해풍을 맞아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강풍에 휘어져 사격통제장치와 주포를 손상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에도 격자형 마스트는 퇴출되지 않았고 콜로라도급 전함까지 계속 사용되었습니다. 아마 미해군은 구조를 좀 더 보강하고 유지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잘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콜로라도의 격자형 마스트와 구조물>

그러나, 마스트 위의 구조물이 관측소 및 사격통제장치, 측원기등의 증설로 점점 거대해지자 격자형 마스트는 퇴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31년 전함 USS 아리조나>

결국 1930년대에 들어 미해군은 격자형 마스트를 포기하고 표준형 전함에 격자형 마스트를 철거하고 삼각 마스트(Tripod mast)를 설치합니다. 미해군도 구형전함부터 개장이 시작되었기에 상대적으로 신형이었던 콜로라도급은 진주만 공습까지 격자형 마스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삼각 마스트란 마스트의 지지대가 3개였기 때문이었는데 이 방식은 영국 해군이 먼저 도입했습니다. 공고급에도 삼각 마스트가 도입되었기에 일본 해군도 삼각 마스트가 발전했죠.

1930년대의 미해군의 전함과 중순양함, 항공모함등은 모두 삼각 마스트를 설치해 잠깐 동안 삼각 마스트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해군 뿐만 아니라 영국 해군, 일본 해군등 바야흐로 전세계적으로 삼각 마스트의 시대였죠. 그러나 1940년대에 들어 모든 국가의 상부구조물의 디자인이 변함에 따라 삼각마스트의 집권기는 빠르게 전환되게 됩니다.


덧글

  • 에코노미 2016/06/01 23:21 # 답글

    노스캐롤라이나부터 시작하는 첨탑형 구조물도 매우 인상적이던데...

    그래도 다들 똑같이 안 생기고 독특한 개성을 유지해서 후대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어줘서 다행입니다
  • 미르미돈 2016/06/02 09:37 #

    탑형 망루도 꽤 인상적이죠. 그에 비하면 현대 구축함들은 개성이 좀 부족한거 같습니다.

    ...물론 45형 구축함은 빼고(...)
  • 지나가던 2016/06/02 00:37 # 삭제 답글

    미시건 마스트가 휘어버린건 16년에 포신이 폭발해서 손상된 부분을 완전교체하지 않은 것과 구조물 덧붙인것도 한 원인이라는 이야기들도 들려오죠.
    물론 미시건호 사건으로 미해군내에 설계국과 장교들 사이에 삼각장vs새장 논쟁에 불이 붙어 대대적인 조사와 의뢰를 통해 내린 결론은 당장 폐지는 아니더라도 점차 삼각장이나 다른 형태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었죠. 그 후에 개장하거나 수리받을때마다 삼각장으로 고쳐나가긴 했어도 설계국의 새장 사랑은 알아줘야할 듯 합니다
    골로라도와 메릴랜드만 시대의 탓 때문에 스크랩 날까지 새장을 고수했으니 그야말로 새장 끝판왕
  • 미르미돈 2016/06/02 09:49 #

    아 미시건이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재밌는 사실을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 이군상 2016/06/03 00:39 # 삭제 답글

    유익하고 상세한 정보 얻어 갑니다.
  • 미르미돈 2016/06/03 11:04 #

    재밌게 읽고 가시면 제가 더 감사하죠.
  • 은이 2016/06/03 09:42 # 답글

    저 새장에도 많은 이야기가 얽혀있군요.. 확실한건 워쉽에서 티어업의 욕구가 마구 샘솟게 한다는 것! (워게이의 함정이다!)
  • 미르미돈 2016/06/03 11:05 #

    그렇죠. 워쉽에선 저 새장을 철거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죠.ㅎㅎ
  • 무지개빛 미카 2016/06/03 13:16 # 답글

    저렇게 휘어지는 것을 보니 굉장히 무섭기도 하지만 대체 저거 어떻게 철거하지? 라는 생각도 듭니다.
  • 미르미돈 2016/06/03 17:57 #

    독에 입거 해서 절단 후 크레인으로 옮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 위장효과 2016/06/03 14:33 # 답글

    새장형 마스트 사진하면 진주만 기습당시 공격받았던 표준형전함들이 불타는 그 모습...
  • 미르미돈 2016/06/03 17:58 #

    진주만이 꽤나 인상적이니깐요. 다행히(?) 진주만 하면 떠오르는 건 아리조나 침몰 사진인데 아리조나는 삼각 마스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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